출력트랜스포머

진공관은 솔리드스테이트소자(BJT, FET등 이하 SSD)에 비해 출력임피던스가 매우 커서 6V6를 캐소드 팔로워로 구성하더라도 약 250옴 이나 나온다. 이 숫자로는 스피커 표준인 8옴 부하연결시 전력이 증폭되기는 커녕 90% 이상 손실되어 같은 조건에서 수십m옴 단위까지 나오는 SSD와 비교해볼 때 매우 불리한 조건이다. 같은 전력증폭소자인 진공관과 SSD의 차이점을 간단히 요약하자면 진공관은 고전압 저전류 소자이고 SSD는 저전압 고전류 소자라는 건데, 이를 거칠게 표현하면, 진공관은 전압 증폭, SSD는 전류 증폭을 함으로서 전력 증폭을 달성한다 할 수 있다. 즉 같은 전력을 증폭함에 있어 높은 전압이 필요한 고임피던스 부하 구동에는 진공관이, 많은 전류가 필요한 저임피던스 구동에는 SSD가 유리하다는 말이다.

안타깝게도 스피커는 저임피던스 부하이고 따라서 소자적 관점에서 SSD가 보다 적합하나, 전력 전송 및 임피던스 변환기인 트랜스포머를 이용한다면 진공관으로서도 충분한 기능을 달성할 수는 있다. 간단히 스피커의 임피던스인 8옴을 진공관이 구동하기에 적합한 5K옴으로 보이도록 만들면 되는 것이다. 진공관의 플레이트와 연결되는 1차측과 스피커에 연결되는 2차측의 권선비를 25:1로 하여 코어에 감는다면, 임피던스 변환비는 625:1이 되고 2차 측에 연결된 8옴은 1차 측에서 5k 옴으로 보이게 된다. 이 때의 전력 증폭률은 약 20배가 되어 충분히 실용적인 수준이 된다.

출력트랜스포머를 사용하는 파워앰프에는 스피커 터미널이 하나가 아닌 경우가 많은데(4옴,8옴,16옴 등), 이는 적정임피던스의 스피커를 연결하지 않으면 진공관에서 바라보는 부하의 임피던스가 설계값을 벗어나게 되어 원하는 증폭 특성을 얻을 수 없을 뿐만 아니라 플레이트 손실 한계를 넘어 진공관이 파괴될 수도 있기 때문이다. 4옴 단자에 16옴의 스피커를 연결할 경우, 진공관에서 5k옴으로 보여야할 부하가 20k 옴으로 보이게 되며, 이러한 현상이 어떠한 의미를 갖는지는 진공관 데이터시트에 있는 플레이트 커브 위에 그에 해당하는 부하선을 그려가며 직접 느껴보는 편이 좋겠다.

스피커가 아닌 헤드폰의 경우를 보면 임피던스가 작게는 32옴에서 600옴까지 가는데, 그 차이가 무려 20배나 되어 1차측의 임피던스를 일정하게 유지하기가 거의 불가능하다. 이러한 조건에도 출력트랜스포머 방식의 앰프를 고집해야 한다면, 부하의 변화에 대응할 수 있도록 다소 여유로운 동작점을 잡거나(이 경우에도 기능상 문제는 없을지 모르나 일관된 음색을 유지하기는 어렵다고 본다), 아니면 과감히 범용성을 포기하는 용단이 필요하겠다.

스피커측에서 바라보는 기기의 출력임피던스는 일반적인 싱글앰프 출력에서 Rp/625 (Rp : Plate Resistance, 6V6 의 경우 50k)으로 6V6의 경우 약 80옴이 된다. 피드백을 걸지 않은 싱글 앰프에서의 댐핑팩터 수치는 어쩔 수 없고, 2way 이상의 스피커에 달린 패시브 네트워크가 설계된 파라메터 안에서 움직일 거라 기대하기도 어렵다.

프리앰프의 출력트랜스포머에 대해서도 몇 가지 생각해 볼까. 프리앰프는 파워앰프에 비해 별 부담이 없어 설계 제약 조건이 크지 않다. 파워앰프 입력임피던스는 작아봤자 10k옴 선이고, 최종 신호는 rms 1v 정도만 나오면 되니 포노가 아닌 이상 전압 증폭 하나도 안해도 되고 그냥 낮은 임피던스로 적당히 밀어주면 끝. 그런데 이러한 자유로움에서 혼란이 시작되기도 하나보다. 트랜스포머에 전류를 얼만큼 흘려줄 것인가의 측면에서 전류량을 최대한 줄이고 전압값 만으로 다음 단에 전달하는 방법을 택할 수도 있는데, 이런 접근에선 출력트랜스포머에 흐르는 자속을 최소화 하여 코어에 흐르는 자기장의 비이상적 특성에 의한 신호의 왜곡을 줄일 수 있다는 것이 장점.(히스테리시스 곡선 참조) 그러나 신호의 전력량을 낮게 유지한다면 그만큼 외부환경요인에 영향을 받기 쉬워지는 문제가 있다. 예를 들어 같은 1mV 의 전압을 만드는데 있어 1 혹은 100에 해당하는 자속을 흘릴것인가,.. 이 때 외부에서 1에 해당하는 자기장 잡음이 날아온다면 전자의 경우 1mV 의 잡음이 생기고, 후자의 경우 10uV 의 잡음이 생긴다. 양 극단으로 가기보다는 그 사이의 적당한 선을 찾는 것이 일반적이고 안전한 문제 풀이법이 되겠고, 자기장 차폐를 완벽히 하고 최소한의 에너지를 사용하여 리니어리티를 최대화하는 방법도 틀렸다고는 볼 수는 없을 것이다. 그 다음 따라오는 문제는 앞서 살펴본 바와 같이 2차 측의 임피던스를 규정하지 못해 발생하는 1차 측의 진공관 부하 임피던스의 난잡함. 최소한의 전류를 흘리기 위해서는 출력트랜스포머 출력을 오픈해놔야 하는데, 이렇게 구성할경우 접속되는 파워앰프의 입력임피던스에 따라 1차 측의 임피던스가 결정된다. 즉 5k:600옴 트랜스를 사용할 경우, 100k 옴의 입력 임피던스를 갖는 앰프와 연결할 경우 1차측의 임피던스는 거의 1Meg옴이 된다. 이를 고려하여 부하곡선을 확실히 뉘어서 사용하도록 디자인해야하고, 파워앰프의 입력 임피던스에 따라 변할 수 있는 1차측의 임피던스를 모두 고려해야하며, 여기까지 달성한다 하더라도 기기에 따라 일관된 동작을 하지 못하는 까다로운 앰프가 되고 만다. 물론 여기서 천상의 사운드를 발견했다면 더 할 말이 없지... 내 관점에서는 파워앰프 입력임피던스 10k~500k 에서 1차 부하임피던스의 변화가 10% 이내에 들어오는 것을 목표로 하고, 따라서 2차측에 1k옴 이하의 저항을 병렬연결하는 것이 맞다.


요새 전자회로는 거의 보고 있지 않지만 아직까지는 감각적 프로세싱의 영역 위에 있기는 한데, 최근 트랜스포머에 훼까닥 해서 일반인에게 스타일을 좀 구긴 일이 있었다. -_-; 애써 변명을 늘어 놓자면, 트랜스포머는 전자공학의 고대유물처럼 취급받고 있는터라 취미의 영역에서 밖에 접할 기회가 없어 경험의 양이 절대적으로 부족할 수 밖에 없었고, 그 취미마저 열심히 파본 세부 분야가 아니라서 대충 얼버무려놓은 상태였다는 것. 이런거나 쓰고 있는 나도 참 한심하군.. 뭐 덕분에 정리는 잘했고, 다만 기술적 논의에서도 정치적 맥락을 읽어내고 녹여내야 하는 분위기가 그저 피곤할 따름이네.

by strin | 2008/07/03 19:42 | the domain of nerds | 트랙백 | 덧글(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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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mmented by Nemo at 2008/07/03 23:05
PT는 아직 많은 곳에서 쓰고 있죠. 물론 임피던스 매칭을 위한 것 보다는 전원 공급단에 쓰는 게 대부분이지만.

요즘 동값이 팍팍 올라서 저희도 SMPS만 쓰고 있네요. 이번에는 1차측은 SMPS PCB에 2차측은 Main PCB에 실장하여 범용성을 꾀하고 있는데 그게 참.... 아무리 봐도 노이즈가 튈 것 같은데.
Commented by strin at 2008/07/03 23:26
아 그러고보니 SMPS도 주파수가 높긴하지만 트랜스 들어가네요.. 고속 디지털 신호 전송에도 쓰이고...
리니어한 영역은 아니니까 여기서는 통과해도 되겠죠?

아무래도 SMPS가 대세다 보니... 노이즈 안튀게 잘만드셔야겠네요.. ^^;
앞으로는 스위칭파워에 스위칭출력단이 주력이 되지 않을까..
Commented by Nemo at 2008/07/07 01:30
스위칭 출력단을 쓰기는 하는데, 대부분의 가정용 오디오는 All in one 이 된 IC를 써서요.
디스크리트 소자로 구성하는 것은 단가도 그렇고, 유지보수도 힘들다 보니 잘 안쓰게 되네요.
요세 추세는 Ti 의 TAS5XXX 시리즈 Power Stage를 쓰거나 ST의 Hybrid를 씁니다.
파나소닉이나 소니는 전통적인 산요의 앰프를 계속 쓰고 있고요.

원가 절감하라고 난리네요... 그 조그마한 SMPS에 들어가는 PT를 하나로 줄인다고 노이즈에서 손해 보고... 에휴...
Commented by strin at 2008/07/08 00:23
네. 저라도 그냥 원칩 쓰겠어요. 부품 사기도 편하고 설계도 편하고 만들기도 쉽고 성능도 간단히 나오니.. 설계하는 재미는 없겠지만, 재미로 하는건 아니라... ^_^; 사업부 정리했다는 말도 얼핏 들은거 같은데... 음.. -_-;

하여간 간만에 Ti 데이터 시트 잘 훑어봤어요. 요즘엔 이런 것들 쓰시는구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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