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V6 PP

붕붕거리며 코맹맹이 소리만 질러대던 6V6 PP이 진공관 소리의 전부인 줄만 알았는데, 그 다음에 만든 6DJ8 프리앰프로 첫음을 듣자마자 혼란에 빠져버렸다. 이전의 경험과는 완전히 달랐다. 익숙하던 그러나 새로운 음악은 청명하고 깨끗한 느낌으로 머리 속까지 시원하게 파고들어왔다. 처음이라 잘못 만들어 소리가 그렇게 이상했던 것 아닐까? 새로운 진공관 프리가 워낙 마음에 들었던지라 그간 조금 더 발전된 능력으로 6V6를 재해석하고 싶은 욕구가 솔솔 피어올랐다. 그 날로 바로 해체하고 다시 제작에 들어갔다.

그래도 세번째라고 뱃속이 그럭저럭 봐줄만해졌다. 지금은 잡음유도 가능성이 높은, 전원부를 가운데 품는 좌우대칭 배치는 거의 하지 않지만 이땐 그저 멋져보이기만 했을 뿐이니 이해해주자.(그라운드 폐루프안에 고이 감싸놓은 전원 트랜스포머를 보라;; 잡음이 들리지 않았다는 희미한 기억을 도저히 믿어 줄 수 없는 배치다) 최적화되지 못한 세세한 디테일도 가볍게 넘어가주는 아량을 발휘해줘야겠다. 앰프 자작인이면 누구나 알고 있을 이재홍씨의 스테레오기기제작가이드?에 있는 회로를 그대로 따랐다. 아웃트랜스는 비데오전자? 의 제품이었던 것으로 기억한다. 이미 한번 만들었던 것을 조금 더 신경써서 만들었을 뿐이라 별다른 어려움은 없었다. 다만 굴러다니던 철판 하나를 잡아다가 직접 가공한 케이스 제작의 고통은 아직까지도 내 신경을 타고 흐르고 있어 플래쉬 터지며 지나가는 장면처럼 다시 떠올릴 수 있다. 외부도 보자.


7년의 세월이 지나기도 했지만 별로 사랑받지는 못한 모습이다. 진공관 두개는 선배가 6V6 싱글 만든다길래(옆에서 도와줬다. 이건 소리 꽤 괜찮았다.) 떼다 줘버렸고 입력 RCA 단자 하나도 어디엔가 사용하기 위해 빼다가 써버렸다. 손이 닿지 않는 부분에는 먼지가 가득... 그렇다. 소리가 처음과 똑같았다. 완전히 똑같이 도저히 참아줄 수 없는 소리를 내어 바로 창고에 고이 모셔두었다. 이 순간 형성된, 진공관 파워앰프는 모두 다 코맹맹이라는 잘못된 선입관을 깨는데 꽤 많은 시간이 필요했다. 지금에야 3극관 싱글을 듣기 전엔 진공관 앰프에 대해서 논할 자격도 없다는 말도 서슴찮지 않는...아니 6V6 single만 해도 꽤 멋스런 소리가 난다. 편견은 진공관 파워앰프에서 그 하위 범주인 PP로 좁혀졌을 뿐인건가. 어쨌거나...그렇게 몇 년간 버려져 있다가 저번 주말의 집정리에서야 다시 빛을 보게 되었다. 그냥 던져버리기는 아쉬어 기념 사진 하나 찍어줄까하고 일단 들고는 와봤다. 몇 푼받고 팔기도 귀찮고... 곧 내다버리게 되지 않을까 싶다.

p.s 내가 이런 음색을 극히 싫어하는 편협한 취향의 문제도 있겠지마는, 초보에겐 6V6 single 추천,
한채널은 살아 있을테니 심심하면 주파수 응답도 측정해서 넣어야 겠다.

5.30/ 컴퓨터만 연결하면 발진해대는 통에 편리한 RMAA 도 못돌리고, 주파수 발진기 꺼내다가 수동으로 측정해보았다. 피드백 먹인 앰프답게 100Hz 이상은 평탄하더군. 하이컷 -3dB 포인트가 약 20kHz 로 조금은 낮은 편이나, 이 정도로는 코맹맹이 소리에 대한 설명은 되지 않는다. 그 밖에 디스토션이 조금 높아보였으나 발진기의 성능을 믿지못해 별다른 의미를 두지 못하겠다.

by strin | 2006/05/29 21:27 | the domain of nerds | 트랙백 | 덧글(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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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mmented by 부귀영화 at 2006/05/29 22:46
-_+b
Commented by 쿨짹 at 2006/05/30 14:58
ㅡㅡ;; 저 맨 위의 사진.. 제 머릿속이랑 비스무레하군요.
Commented by strin at 2006/05/30 23:38
배선이 좀 산만하죠.^^ 다음엔 보는 사람 머리 속까지 시원하게 정리될 배선을 보여드릴 것을 약속드립니다;;;
Commented by yjham at 2008/06/19 04:07
예쁘네요. 자신만의 로직으로 되어있는 배선 ㅎㅎ
Commented at 2008/06/19 12:32
비공개 덧글입니다.
Commented by strin at 2008/06/19 17:28
민망한 자신만의 과거를 모으고 있는 곳이에요. ㅎㅎ
저거 아직도 못버리고 있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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